축구
아주리 군단 수문장, '잔루이지'의 40년 장기 집권 가능할까
잔루이지 부폰(38·유벤투스)은 2000년대 이후 이탈리아 축구의 상징과 같은 존재다.부폰은 1995년 17세의 어린 나이에 파르마 골키퍼 자리를 꿰찬 뒤 줄곧 성공 가도를 달렸다. 그해 이탈리아 21세 이하(U-21) 대표팀으로 월반한 것은 물론 2년 뒤인 1997년에는 아주리 군단(이탈리아 대표팀의 애칭)의 골키퍼 장갑을 끼기 시작했다. 파르마와 이탈리아 대표팀에서의 활약상을 인정받은 그는 2001년 이탈리아 최고 명문 유벤투스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이후 부폰은 15년이 흐른 지금까지 변함없이 유벤투스의 최후방 라인을 굳건히 지켜서고 있다.이탈리아 대표팀으로 따지면 약 20년이다. 그는 1997년부터 19년간 한 해도 빠짐없이 아주리 군단의 든든한 수문장으로 나서고 있다. 약 20년간 이어진 부폰의 장기 집권에 일각에서는 이탈리아 대표팀 수문장의 씨가 마르고 있다는 우스갯소리를 던지기도 한다.하지만 그런 걱정은 기우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잔루이지' 부폰과 똑같은 길을 걷고 있는 17세 소년, 그리고 이름마저 같은 '잔루이지' 돈나룸마(AC밀란)가 혜성처럼 등장했기 때문이다. ◇'신이 내린 재능' 돈나룸마햇수로 따지면 돈나룸마가 부폰보다 1년 더 빠르다.돈나룸마는 지난 10월 2015-2016시즌 이탈리아 세리에A 9라운드 사수올로와의 홈경기에서 성인 무대 데뷔전을 치렀다. 당시 그는 한 골을 허용했으나 경기 내내 안정적인 선방을 선보이며 팀의 2-1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16세 8개월의 나이에 치른 그의 데뷔전은 역대 이탈리아 세리에 A 골키퍼 최연소 출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데뷔전 이후 줄곧 가파른 성장세를 자랑하고 있다. 돈나룸마는 올 시즌 정규리그 16경기에 나서 나서 5차례의 클린 시트(무실점)를 기록하고 있다. 돈나룸마의 맹활약 속에 레알 마드리드에서 이적해 온 디에고 로페즈(31)는 벤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시니사 미하일로비치(47) AC밀란 감독은 돈나룸마에 대해 "그는 어린 아이가 아닌 훌륭한 기술과 신체 조건을 갖춘 이탈리아 축구의 미래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고 있다.미하일로비치 감독의 말처럼 돈나룸마는 어린 시절부터 완벽한 신체 조건으로 유명했다.지난해 10월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그의 어머니는 돈나룸마가 11세 때부터 그의 신분증을 지갑에 넣고 다녀야 했다. 여느 또래 아이들보다 훨씬 큰 키에 주변에서 돈나룸마의 나이를 의심했기 때문이다"며 웃지 못할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실제로 그의 키는 196cm으로 17세인 지금도 팀 내에 그보다 큰 선수는 없다.돈나룸마는 16세에 프로 성인 무대에 데뷔한 것도 모자라 연령별 대표팀에서도 월반을 거듭했다. 2014년 U-14 대표팀 첫 발탁 뒤 U-16, U-17 대표팀을 거쳤다. 이어 지난해 11월에는 자신보다 4살이나 많은 형들이 뛰고 있는 U-21 대표팀에 이름을 올렸다. '초고속 승진'의 연속인 셈이다.상황이 이렇게되자 돈나룸마를 향한 극찬이 쏟아지고 있다.그의 팀 선배 골키퍼인 크리스티안 아비아티(38)는 "돈나룸마는 신이 내린 재능이다. 극소수의 선수들 만이 16세에 이러한 플레이를 할 수 있다"며 자신의 후배를 지지했다.1982년 월드컵 우승의 주역이자 이탈리아의 전설적인 골키퍼 디노 조프(74) 역시 "돈나룸마는 태어날 때부터 엄청난 골키퍼가 될 운명이었던 것처럼 보인다. 이제 모든 것은 그에게 달렸다"며 기뻐했다. ◇'잔루이지'의 40년 장기 집권?돈나룸마의 현재는 부폰의 20년전과 매우 흡사하다.프로 무대 데뷔는 물론 연령별 대표팀 월반 시기까지 닮아 있다. 부폰의 '재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어린 나이에 빛을 발하고 사라지는 선수들도 더러 있기에 돈나룸마의 성장세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하지만 골키퍼라는 포지션의 특수성과 천재적인 재능, 신체 조건을 감안한다면 그의 잠재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 해도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부폰 역시 이를 인정하고 있다.그는 지난해 12월 "돈나룸마는 최고의 골키퍼다. 어린 나이에도 프로 무대의 압박을 이겨내며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다. 그를 지켜보는 것이 행복하다"며 자신의 후계자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물론 돈나룸마의 목표는 '제2의 부폰'이다. 그는 지난해 11월 이탈리아 스카이 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부폰은 내게 큰 영감을 주는 선수며 그의 발자취를 따르고 싶다. 나 역시 그처럼 이탈리아의 주전 골키퍼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이어 "성인 무대에 합류해 기쁘지만 아직 모자란 부분이 많다"며 겸손한 모습까지 드러냈다.돈나룸마가 부폰의 발자취를 따르려면 19세가 되는 2년 뒤 이탈리아 대표팀에 발탁돼야 한다. 또한 21세가 되는 4년 뒤에는 주전 골키퍼 자리를 꿰차야 한다. 부폰은 21세였던 1999년부터 아주리 군단의 주전 수문장으로 나서기 시작했기 때문이다.하지만 현재 상황만 놓고 본다면 쉽게 짐작키 어려운 형국이다.현재 이탈리아 대표팀엔 부폰이 부동의 넘버 원 골리로 나서고 있으며 살바토레 시리구(29·파리 생제르맹)와 다니엘레 파델리(31·토리노), 마티아 페린(24·제노아) 등이 경합을 벌이고 있다. 부폰은 40세가 되는 2018 러시아 월드컵 이후 골키퍼 장갑을 벗겠다고 선언했기에 약 2년 뒤에는 그를 볼 수 없을 전망이다.관심은 자연스레 '차세대 부폰'에 쏠린다.하지만 A매치에 15차례 모습을 드러냈던 시리구는 올 시즌 소속팀에서 정규리그 1경기 출장에 그치고 있으며 파델리 역시 지난 시즌과 달리 올 시즌 부진한 모습으로 이적설에 휘말리기도 했다. 돈나룸마보다 앞서 '제2의 부폰'으로 불리던 페린 만이 꾸준한 모습을 선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돈나룸마보다 3살 위인 시모네 스쿠펫(20·우디네세) 역시 잠재적 후보 중 한 명이다.돈나룸마는 부폰의 바톤을 물려받고 '잔루이지'의 장기 집권을 이어갈 수 있을까.만약 돈나룸마가 2년 혹은 4년 뒤 치열한 '차세대 부폰' 경쟁을 뚫고 이탈리아 넘버 원 수문장에 오른다면 '잔루이지'의 40년 장기 집권도 헛된 상상은 아닐 것이다. 송창우 인턴기자
2016.02.12 14:19